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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슬한 가을밤을 위한 한 권의 책

개웅산 2017. 10. 17. 21:20

10여년 전에 읽었던 최인철 교수의 'Frame'을 다시 한번 읽었다. 당시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많은 지혜로움이 담겨있음을 깨달았다. 물론 삶에 직접적으로 큰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살다보면 직장이나 가정문제로 당혹해 하거나 다양한 선택의 순간에 봉착할 수 있다.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후회를 남기지 않는 것인지, 이 책은 그 길라잡이의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소슬한 가을밤을 위한 한 권의 책

 

정종량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프레임>(최인철 지음, 21세기북스 출판, 2007)

 

10여년 전 직장 선배 한 분이 고위직공무원 연수를 다녀와서 최인철 교수의 프레임이라는 책을 추천했다. 그는 지금까지 들어온 교양강좌 중 가장 감동적인 최고의 명강의였다고 했다. 덧붙여 그는 최인철 교수와는 미국 유학 동문임을 강조하였다. 저자인 최인철은 서울대와 미시간대에서 사회심리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의 연구는 심리학을 넘어 철학, 사회학, 경제학 등 인문학 전반에 걸쳐 있다. 이 책의 깊이를 짐작케 한다. 물론 프레임이 최인철만의 연구 성과는 아니다. ‘Frame’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한 카네만 교수와 심리학의 대가인 그의 동료 트버스키 교수 그리고 생각의 지도를 저술한 리처드 니스벳 교수 등의 연구 결과에 힘입은 바 크다.(P201)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책으로부터 감동은 커녕 잔상조차 머리에 남지 않았다. 왜냐면 이런 종류의 자기개발서는 시중에 너무도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엔 도서관 지하에 깊숙이 보관된 프레임을 고전처럼 찾아 읽었다.

 

 ‘프레임이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이다. 작가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라고 한다.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가까운 미래나 현재의 일상을 상위 수준으로 프레임하도록 요구한다. 반면에 프레임은 행복해지기 위한 생각의 기법, 성공에 도달하기 위한 지름길, 직장 내에서 훌륭한 커리어를 쌓기 위한 비법 등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프레임'은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세상을 관조하는 사고방식, 세상에 대한 비유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고정관념 등이 프레임의 담론이다.

 

사실 요즘 청소년 세대는 고달프다. 글을 깨우치기 시작할 때부터 정신없이 내몰린다. 초중고를 거쳐,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무엇을 해야할지 선뜻 진로를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취업 자체도 문제이지만 자리를 잡아도 승진, 결혼, 주거 문제 등으로 첩첩산중이다. 중장년에 이르면 정년단축, 감원에 의한 퇴출과 자녀들의 교육 및 결혼문제 등으로 속앓이에 시달린다. 이처럼 세상은 애매함과 불안으로 가득 차 있다. 우리에게는 모든 세대를 아우르고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경제적 해법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 세상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 프레임이라고 주장한다.(P52)

 

모두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프레임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마음의 설명서이다. 그래서 우선 낙관적인 생활태도를 가지고 인생을 높은 곳에서 바라보라고 한다.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을 가질 때, 일에 대한 집중과 행복,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자기 중심적 프레임의 위험성과 프레임이 왜곡되는 이유, 이름과 변화의 프레임, 경제적 선택을 하는데 지혜의 힘 등을 역설한다. 지혜란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겸손하며, 아집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오해와 무지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P74, 96, 206) 그러므로 지혜를 연마하기 위해서는 부단히 노력할 것을 강조한다. 끝으로 지혜로운 사람이 지향해야 할 10개의 프레임(의미중심, 접근중심, 비교플레임 버리기 등)을 마치 십계명처럼 제시하고다.(P183)

 

한때 이 책과 유사한 자기 개발서들이 국내 독서 시장을 뜨겁게 달군 적이 있었다. 멀리는 김위찬과 르네마보안이 공동으로 집필한 불루오션 전략이 있다. 우리가 외환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나자마자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환상의 깊은 늪에 빠져 허우적거린 적이 있다. 이 시기에 불루오션이 구세주처럼 나타났다.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차별화된 핵심 전략만이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는 길임을 강조했다. 모든 정부기관과 기업도 불루오션 전략 개발에 앞장섰다. 그리고 희지부지 하다가 사라졌다. 최근에는 부와 성공의 비밀로 알려진 시크릿백만장자 시크릿이 있으며, 적게 일하고 인생을 배로 즐기게 한다는 게의른 백만장자도 자기개발서로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라 있다. 더욱 거슬러 올라가면 대학, 논어, 맹자, 중용과 같은 고전에서도 자기 연마를 위한 부단한 노력과 겸손, 절제 등을 찾을 수 있다. 어떤 책만이 특별히 성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선택한 책으로부터 어떠한 교훈을 얻느냐는 다분히 독자의 몫이다.

 

그래도 지혜와 희망, 꿈에 매말라 있거나, 자기 기망에 빠져 좌절을 맛봤던 이들, 진로의 선택과 투자선택의 순간에 직면해 있는 이들에게 이 한 권의 책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렇다고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는 않는게 좋다. 지혜로운 사람을 위한 10 가지 프레임에서 보듯, 지혜로움은 꾸준한 자기 연마에서 얻어지기 때문이다. 소슬한 가을밤을 이 책으로 명상해 봄도 운치가 있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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