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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망각한 가치들
우리 부처 바로 옆에 터키계 사립 중고등학교가 인접해 있다. 창문만 열면 아이들의 수업 광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어떤 때는 학생들이 말을 안들어서 단체로 무뤂 꿇고 두 손을 든 채로 벌서는 광경도 볼 수 있다. 체육시간에는 개인별 체조용 메트를 깔고 운동하는 모습, 또 건너편의 높게 설치된 펜스 안의 잔디구장에서는 고등학생들이 축구하는 모습도 보인다. 물론 이 학교는 사립학교이기 때문에 시설이 최고급이다. 세네갈 친구들도 이구동성으로 최고급 학교라고 부러워한다. 오늘은 방학을 마치고 드디어 개학하는 날이다. 그간 조용하던 학교가 아침 8시부터 시끌벅적 하니 붐볐다. 운동장에는 터키국기가 우리 초등학교 운동회 때 나부끼던 만국기 처럼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런데 난 운동장에서 매우 인상적인 모습을 발견했다. 선생님들이 교문에서 두 그룹으로 나뉘어 횡으로 줄지어 서서 첫 등교하는 아이들을 맞이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교문을 통과해 들어온 후 선생님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하는데 아는 선생님과는 한참을 얘기한다. 아이들은 그 다음 줄의 선생님들과도 인사를 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난 처음 우리나라의 중고등학교 풍경을 연상하고 기율부 학생들이 첫 등교하는 아이들의 복장을 지도하는 것으로 착각했다. 수업 준비에 바쁘신 선생님들이 설마 교문에서 아이들을 맞이할 거라고는 전혀 상상을 못했다. 이곳이 사립학교이기 때문에 이곳만 그런가 하고 우리 여직원에게 물어 보았다. 다른 공립학교도 그런지. 그러자 다는 아니지만 많은 학교의 선생님들이 대부분 첫날은 저렇게 한다고 한다. 물론 이곳 세네갈 학교에는 체벌도 있다. 초등학교, 심지어 유치원 아이들도 선생님에게 엄청 혼난다고 한다. 가끔은 선생님들이 파업을 해서 아이들이 공부를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개학 첫날의 모습은 그간 들은 모든 부정적인 모습들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다. 우리나라에 이것만 수입할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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