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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활동

생쥐와 동거하기

개웅산 2017. 10. 14. 14:40

생쥐와 동거하기

 

세네갈의 수도 다카의 심장부인 독립광장 부근의 작은 아파트에 들어와 산지도 1년이 넘었다.  집은 나라 소득수준과는 전혀 무관하게 하늘 높은 모르게 비싸다.  그런데 지난 9월부터 우리집에 불청객이 하나 늘었다.  어느날 부엌의 기다란 쌀자루에서 생쥐가 폴짝 튀어나오는데 심장이 멎을뻔 했다.  쌀자루에서 어떻게 점프를 해서 튀어나왔는지 혀를 내둘렀다. 

 

  이걸 어떻게 잡나, 쥐약을 놓나, 찐득이를 놓나, 아니면 쥐덮을 놓나, 갖은 방안을 연구하다가 나도 꾀를 하나 내었다.  핸드폰에 고양이 소리를 다운받아서 찬장 밑에 놓고 수시로 틀어놓았.  가끔은 안방의 먹거리 저장 박스에서도 자기 전에 몇번 틀었다. 

 

 그런데 처음에는 효과가 있었는지 조용하더니 어느 날 거실에 불이 훤하고 소리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생쥐가 안방으로 조용히 나들이를 가는게 아닌가.  기어가는 속도도 한국의 생쥐처럼 재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천천히 기어간다.  달려가면 그때서야 속도를 낸다.  이게 사람을 우습게 보고 놀리나?   쌀을 플라스틱 박스에 담아 놓았지만 무엇을 먹는지 열심히 돌아다닌다.  나도 고양이 소리를 시도 때도 없이 틀어봤지만 효과가 없다. 

 

  사실 이곳의 쥐는 두 종류다.  이처럼 작은 생쥐와 거북이 만한 대형 쥐가 있다.  대형 쥐는 보기가 힘들지만 가끔 죽어서 거리에 방치되어 있는 경우를 가끔 본다.  들리는 말로는 고양이도 대형쥐를 보면 그냥 지나친다고 한다.  저렇게 쥐가 흔한 데도 이곳 사람들은 쥐약이나 쥐덫을 놓을 생각을 안한다.  만약 커다란 쥐가 집안에 들어와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몸서리 처진다. 

 

  아무튼 생쥐의 느긋한 모습처럼 이곳 사람들 또한 여유가 있고, 바삐 서두를 줄을 모른다.  세네갈 무슬림들의 최대 명절이자 공휴일인 마갈 뚜바가 지난주 목요일(11)이었는데  대부분 직장은 이미 화요일, 또는 수요일부터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까지 휴일이다.  직장에 나가니 스위스 인턴과 나만이 출근했다.  그래도 휴일이 끝나면 아무일 없다는 모든게 정상으로 돌아간다.  사람 뿐만이 아니라 숨쉬는 동물까지 어쩜 이렇게 만사 태평스럽고 여유있게 움직이는지 부러울뿐이다.  인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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