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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갈의 라마단
라마단이 끝난지 벌써 보름이 다되어 갑니다. 6월말에 라마단이 시작되었을 땐 무척 걱정했습니다. 이 사람들 굶을 때 난 어떤 재주로 점심을 때우나하고요. 라마단 기간에는 보니까 대부분의 식당도 아예 문을 닫아요. 할 수 없이 집에가서 식사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라마단 기간중에는 새벽 5시부터 밤 8시까지 금식이니까, 대부분의 무슬림들은 있는 사람, 없는 사람 모두가 하루 한끼(5시 이전에 아침식사를 해야하나 현실적으로 불가)로 라마단을 버티면서, 알라에 의지합니다. 계층간 종족간의 갈등이 라마단을 통해 승화되거나, 알라의 뜻에 맡기는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입니다.
따라서 이곳의 라마단은 현실적인 배고픔의 인내라기 보다는 속세적 고통을 다 함께 나누고 즐기는 ‘신의 축복’ 즉 ‘인샬라’ 입니다. 근데 알라도 여성들에게는 좀 약했나봐요. 임신, 출산, 생리, 병약한 경우에는 연기를 해준답니다. 그래서 가끔 보면 여직원들은 마음놓고 멀 먹습니다. 남자들은 졸거나 비실비실하고요. 물론 여기는 이란이나 이라크, 시리아 또는 아프가니스탄 처럼 무서운 극단주의적 이슬람이 아니라 완화된, 매우 인간적인 이슬람입니다. 유머가 넘치고, 양보 잘하고, 웃음이 많습니다.
이슬람은 하루 5번 꼬박꼬박 기도하는 것 아시죠? 한번은 제가 시골을 다녀오다 들판을 바라보니까 농부가 일하다말고 고랑에서 알라에게 기도를 하고 있습디다. 당연히 보는사람도 없고 혼자서요. 가끔 사무실에서도 노크해서 반응이 없으면 기도 중이예요. 처음엔 깜짝 놀랐는데 나중에는 들어오라고 하더니 기도를 하면서 대화를 하는거예요. 얼마나 웃기는지.
한 달간의 라마단이 끝나면, 다음날은 고리떼라고 하는 휴일입니다. 요양하는 거지요. 저는 휴일 끝나고 다음날 당연히 출근을 했지요. 그런데 비서실 직원 2명과 경비만 있고 아무도 안나온 겁니다. 깜짝 놀라서 왜 사람들이 안나왔느냐고 했더니 하루 더 쉬는게 관습이랍니다. 당연히 장관도 안나왔지요. 그럼 휴일을 공식적으로 2일을 하던지.. 왜 슬며시 하루를 더 쉬냐고요. 인샬라!
참 부족한게 많고 헐벗은 사람도 많은 곳이 세네갈입니다. 구걸하는 6~7세의 어린 딸리베들이 맨발로 거리를 누비고, 젊은 여인들이 젖가슴을 드러내놓은 채, 어린 아이들을 앉히고 구걸을 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그래도 아이들과 여인들의 천진난만한 웃음 속에는 인간적인 순박함이 묻어납니다. 식당에서는 남은 음식을 버리지 않고 저녁에는 구걸하는 아이들에게 나누어 줍니다. 못살고 굶주리지만 아직은 내 이웃을 배려하는 정과 따스함이 살아있는 곳입니다. 아마 오래전에 잊혀진 우리 어머니, 할머니들의 이웃사랑의 참모습이 아닐런지요. 인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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