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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리아 황열보다 더 무서운 병!
작년 11월 서초동에서 교육받는 동안 유독 세네갈이 각 종 질병의 위험지역으로 분류되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었죠? 그 바람에 저도 쪼께 주늑이 들었던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여기와서 모기장 없이 보름을 지내는 동안 황열은 안중에도 없고 말라리아도 까짓것 올테면 와라하는 심사였습니다. 공원에서 담요 하나로, 모스크 앞에서 스카프 하나로 추운 밤을 지세는 가난한 사람들을 바라보니 제가 사는 아파트는 그야말로 천국입니다. 특히 요즘 주말마다 다카의 대서양 해변을 따라 20키로를 걷고 있는데 처음엔 힘들었지만 이제는 별거 아니게 느껴집디다. 거리에서 물건도 10,000원 달라면 단돈 1,000원으로 왕창 깎는 기술도 익혔고요. 세네갈 친구들이 저보고 세네갈 사람보다 더 지독하다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듭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데서 불거졌습니다. 지난 2월 나의 첫 프로젝트를 추진하느라 우리 부처 파트너의 도움으로 이곳 다카시청 비서실장을 만나기로 약속을 했지요. 예산운용 및 평가 분야에 대한 설문에 답해줄 직원을 소개해 주도록 요청하기 위해, 11시 약속시간에 맞추어 다카시청에 도착했습니다. 입구 안내원이 사무실을 가르쳐 주는데 바깥에 가건물 처럼 생긴 허름한 곳으로 가라는군요. 거기가니 다시 본관으로 가라고 하네요. 안내 데스크에 뭐라 설명하니 기다리라고 합니다. 30분 정도 지나니 어디서 나타났는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전당포 주인처럼 풍채가 넉넉하게 생긴 아저씨가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면담장소가 없었는지 우리보고 좀 기다리라고 하더니 이곳 저곳 기웃기웃 하면서 빈 사무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먼지가 쌓인 회의실 한쪽 켠에 앉아서 우리 소개, 온 목적, 협조요청 사항 등을 설명했지요. 커피, 음료수, 명함교환은 너무나 사치스런 얘깁니다. 협조하겠다는 오케이 답변을 듣고 돌아와서 2주를 기다리다 지쳐 메일, 메세지를 계속 보냈습니다. 제 파트너도 전화 했고요. 함흥차사, 결국 포기했습니다.
두번째 시도, 이번엔 세네갈의 재정경제부의 예산, 평가 부서와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전번에 다카시청 경험도 있고 해서 나의 파트너가 확실하게 하려고 나도 모르게 미리 접촉을 했더군요. 협조 요청사항도 미리 설명했다고 합디다. 따라서 실무책임자를 만나 설명만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3월 17일 10시에 만나기로 하고 시간맞춰 재정경제부로 갔지요. 세네갈 재정경제부는 이 나라 최고 실권, 핵심부서로 나라의 경제를 쥐고 흔드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신속하게 선뜻 요청에 응해 주다니 행운이었죠. 사무실로 안내되어 들어가니 직원이 앉아서 사람을 맞이합니다. 나는 간략하게 내 소개와 함께 설문서에 관한 얘기를 한참 하니, 그는 그제서야 자기가 내가 만나려는 사람이 아니라고 하는군요. 내가 만나려는 사람은 대통령 궁으로 파견나가 있어서 1주일 후에나 돌아온다나! 아니 그럼 약속은 왜 했지?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제가 매우 난감한 표정을 짓자, 그는 다른 사람을 소개해 주겠다고 밖에서 기다리라고 합니다. 한참 후 다른 사무실에서 들어오라고 합디다. 국장급 정도의 지체가 상당히 높아 보이는 분이 의자에 앉은 채 그 흔한 월컴, 봉주흐 인사도 없이 다짜고짜 용건을 묻습니다. 제가 세네갈 중앙부처 자문관으로 코이카를 통해 파견되어 일하고 있음을 설명하고 설문서 작성 협조를 부탁했죠. 그의 대답은 단칼에 No 였습니다. 나의 신원을 믿을 수 없으므로 대한민국 정부의 소개서를 가지고 오던지 한국대사관의 소개장을 가지고 오라는 거였습니다. 제가 최대한 공손한 자세로 코이카에 소속되어 공식적으로 세네갈 중앙부처에 파견된 것이고 코이카는 한국 외교부 소속 기관임을 역설했지요. 그래도 결과는 No였습니다. 협조할 수 없다는 거죠. 일단 후퇴! 아니 그럼 굿거버넌스증진부는 뭐야 도대체? 세네갈 자문관은 뭐고! 이걸 그냥 확 패댕이를 치고 돌아가?? 사무실에 돌아와서 이내 만면에 웃음을 띤 채 아무것도 아닌 양 파트너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습니다. 속으로는 열불이 났지만 겉으론 태연히 웃었지요. 파트너가 안절부절 할 수 밖에요. 부처간 장벽, 굿거버넌스의 주요 프로젝트의 하나인 Communication의 부재를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세네갈에 와서 보니 프랑스 풍의 아름다운 건물들, 서두르지 않는 느긋한 문화, 양보 잘하는 택시기사들을 보고 안도감과 희망을 느꼈으나 관청 나리님들의 행태 속에서 60년대 70년대 우리의 관공서를 드나드는 시간여행을 한것 같았습니다. 흠! 개혁은 서두른다고 되는 게 아니지, 역시 세월이 필요해! 대통령은 위에서 어제도 오늘도 행정개혁을 부르짖고 있지만 관청 나리님들은 안락의자에 깊숙이 몸을 파묻고 여전히 자기만의 높은 성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문맹율 50%, 여전히 세계 최빈국의 하나인 세네갈, 가야할 길은 아직도 먼데 그 길을 더욱 험난하게 만드는 것은 말라라아도 아니고 황열도 아닌 부처간 장벽, 소통부재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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