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눈물만 흐릅니다. 어이없는 진도 참사 소식에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17살, 떠나기에는 너무도 이른 나이, 아직은 엄마 아빠에게 용돈 달라고 어리광부도 부리고 투정도 할 나이인데, 가끔은 사춘기라 속도 썩일 나이지만 엄마 아빠 생각하기에는 그래도 한창 공부하느라 안쓰럽고 또 가장 자랑스러운 아이들인데 그냥 바다 속에 묻어버렸으니.. 참으로 안타깝고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말로만 듣던 저세상 가는 길이, 피어보지도 못하고 엄마 아빠께 인사도 못해보고, 하소연도 못해보고 어른들의 무지로 사소한 판단 실수로 운명이 뒤바뀐 저들의 저세상 길이 얼마나 험난 했을지, 탈출하기에 충분했던 그 많은 시간을 다 허비해 버린채 승무원들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모두 빠져 나오고. ..
설 이야기 속으로 지난 설에는 집사람과 단 둘이서만 시골을 찾았다. 아들 녀석은 토익 준비한다고 함께 하질 못했다. 올 때는 설 다음날 이른 새벽에 출발했다. 집 사람이 옆에서 내가 졸릴까봐 이 얘기 저 얘기 들려줬다. 그 중 재밌는 몇 가지를 얘기를 공유한다. 1. 집사람의 친구 시숙이 광주에 사시는데 연세가 70이 다 되었다고 한다. 일 때문에 설날 이른 아침, 부인과 함께 차를 몰고 전주로 오다가 정읍 휴게소에 잠깐 들렸다고 한다. 휴식을 마친 아저씨는 뒷좌석에 부인이 탄 줄 알고 다시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부인은 휴게소에서 나와 주차장에 차를 찾으니 없어졌더란다. 그래서 주변을 아무리 찾아도 차가 없길래 남편이 모르고 떠난 줄 알고 너무 황당해서 주변에 사람들에게 휴대폰을 좀 빌리려했지만..
철규 이야기 6·25 예순 여섯 돌을 경건하게 보내려 했는데 초등학교 동창 철규와의 약속 날자가 하필 이날 저녁으로 잡혔다. 막역한 사이였는데 어쩌다 보니 20 여년 이상 얼굴을 보지 못한 채 가끔 전화로만 목소리를 들어오던 터였다. 저녁 6시 반 서울대입구역에서 만났다. 살이 조금 빠지긴 했어도 옛모습 그대로였다. 친구가 일식집에 들어가 술 한잔 하자는 걸 내가 손목을 잡고 나와 인근의 돼지갈비집으로 갔다. 일식집 테이블이 요리사를 바라보고 빙 둘러앉는 형태라 마음에 들지않았다. 우리들만의 사적인 대화를 요리사들까지 엿듣는다는게 불쾌하고 거부감이 들었다. 돼지갈비 굽는 냄새와 연통을 타고 피어오르는 회색빛 연기가 역시 내 수준에 맞는 듯 했다. 난 철규가 그간 무엇을 했는지, 또 아이들은 어떻게 키워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