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이젠 우리 엄마의 시대가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다. 벌써 구십하고도 셋이다. 어지간하면 요양원에 들어가실 연세이지만 우리 어머니는 아직은 정신적으로는 멀쩡 하시다. 지난번 박근혜 전대통령의 탄핵 의결 때 국회의원 정수의 3분의 2 이상 의결 즉 20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는 걸 알려드렸는데 정확하게 기억하셨다. 그 후 헌재에서 역시 3분의 2 이상인 6명의 재판관이 찬성해야 한다고 알려드렸는데 모두 기억하셨다. 사실 동생들도 건성으로 알아서 젊은 애들도 잘 모른다. 그런데 어머니는 기억력 만큼은 쇠퇴하질 않으셨다. 그뿐 아니다. 집안 냉장고에 들어있는 먹거리 뿐만 아니라 부엌에 있는 세간도 빠짐없이 모두 외우신다. 물론 허리가 휘어 지팡이를 짚으신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무릎 관절이 아프고 발이 ..
우리집 주말농장은 최순실, 안종범과 정호성이 묵고 있는 남부구치소에서 그리 멀지 않다. 원래 집사람의 초등학교 남자동창이 대규모 주말 농장부지를 확보했는데, 그 중에서 30여평을 빌려 농사를 짓고 있다. 말이 30평이지 주말농장 치고는 엄청 넓은 규모이다. 우리는 이곳에 온갖 것을 심었다. 상추, 배추, 무, 감자, 고추, 땅콩, 콩, 가지, 토마토, 파, 당근, 미나리, 호박, 마, 옥수수, 피마자, 당노에 좋다는 약콘, 여주에 이르기까지. 땅이 거칠고 메말라 조금만 방심해도 풀만 웃자라고, 작물은 말라 비틀어지기 일쑤다. 콩은 멀쑥이 키는 자라 허리춤까지 올라왔지만 가지를 처주지 않아 콩이 잘 열리지 않았다. 나중에 듷으니 웃대가리를 사정없이 처주어야만 열매가 맺힌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며칠 전 ..
남미의 대표작가이자 노벨상 수상작가인 콜롬비아의 가브리엘 가르샤 마르께스의 작품, 단편 한 편을 올립니다. '백년의 고독'으로 널리 알려진 그의 작품 세계로 몰입해 보시기 바랍니다.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익사체 가브리엘 G 마르께스 바다에서 밀려오는 거무스름하고 은밀한 형체를 처음 본 아이들은 그것이 적의 군함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깃발도, 돛대도 보이지 않자 고래인가 보다고 추측했다. 드디어 그 물체가 해변으로 밀려 올라왔을 때 아이들은 해초 뭉치들과 해파리의 촉수들, 물고기와 표류물의 잔해들을 걷어냈고, 그제야 그것이 익사체임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은 시체를 갖고 놀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오후 내내 시체를 모래에 파묻고 다시 파헤치고 하면서 논 뒤에야 어른 한 사람이 우연히 그 광경을 목격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