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단 단상 세네갈은 이슬람 국가이다. 전체 국민의 94% 정도가 이슬람이고 4% 정도가 천주교 또는 기독교이다. 그러나 이슬람이 국교는 아니다. 이 나라에서도 크리스마스날은 공휴일이다. 부활절 다음날도 공휴일이고, 8월15일 성모승천일도 공휴일이어서 우리나라는 쉬지않는 공휴일이어서 매우 흥미롭다. 세네갈에는 이곳만의 이슬람 종파가 여러 개 있다. 그중 무리드파(Mouride)가 세네갈의 최대 종파이다. 무리드의 성지는 뚜바(Touba)라는 곳이다. 라마단을 포함한 각종 종교 축제일에 많은 사람들이 성지순례를 다녀온다. 돈이 없는 빈민들도 구걸을 해서라도 일년에 한번은 꼭 뚜바를 다녀와야 직성이 풀린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를 다녀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보지 못했다. 세네갈의 종교로 정착이..
Saly workshop 이모저모 세네갈 다카에서 불과 두달 동안에 사건도 많았고 일도 많았습니다. 지난 2월10일부터 12일까지 세네갈의 유명한 관광지 '살리'라는 곳으로 우리 굿거버넌스 증진부 전직원(다해봤자 30명) 워크숍을 갔었습니다. 제가 가고 싶었던 곳이었기에 정말 기뻤습니다. 그런데 버스를 대절하는게 아니고 각자 알아서 가는 것입니다. 그곳의 로얄살리라는 호텔에서 만나는 것입니다. 저는 간소복 잠바에 코이카 모자, 등산화, 배낭을 메고 갔습니다. 차가 없어서 제 파트너 차를 동승했는데 여직원 2명이 추가되어 즐겁게 갔습니다. 도착하니 밤 10시가 다되었습니다. 깜깜한데 호텔에 도착했다고 하는데 호텔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저는 다시 한번 직원에게 물어봤습니다. 여기가 정말 호텔이냐고. 맞다는 ..
세네갈 해변의 보물들 세네갈은 산이 없어서 등산이라는 말이 없습니다. 저는 주말에 대서양 해변을 따라서 무작정 걷는데요, 첫날은 10킬로 쯤 걸었습니다. 중간에 Sea-plaza 라는 대형 수퍼가 있어서 휴식도 하고 운동 겸 걷다가 차츰 늘려서 이제는 한 20여 킬로를 4시간에 걸쳐서 걷고 있습니다. 가다보면 크고 웅장한 모스크가 대서양의 푸른 바다와 조화를 이루면서 장관을 이루고 있고요, 백사장을 무작정 뛰거나 축구를 하는 젊은 친구들, 공예품 판매 거리, 목공소, 바자회 광경은 친근하면서 아름답습니다. 해변을 따라 많은 외국 공관들이 넉넉하게 자리잡아 운치를 더해 주고요, 다카대학이며, 상가, 오피스 건물들이 줄지어 있어서 상당히 품격이 있어 보입니다. 그렇지만 어떤 곳은 도시의 생활 하수가 바다로 ..
세네갈 독립 기념일 이모저모 지난 4월4일 금요일은 세네갈의 독립기념일이었습니다. 이 곳의 국경일 행사는 어떻게 하나 궁금하기도 해서 경축행사인 군퍼레이드를 구경갔습니다. 난데없이 드골광장에서 한다기에 물어물어 갔는데 사람이 엄청 많았습니다. 출발점인데도 용케 자리를 잘 잡아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가지각색의 화려하고 다양한 의장대 복장이 더위를 잊게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군대 무기 퍼레이드가 시작되자 박장대소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 처럼 미사일이라든가, 다연발 방사포 등 최신 무기가 등장한 게 아니고요, 각 종 덤프트럭, 트랙터, 버스, 엠블런스, 소방장비, 이동용화장실, 취사차량 등이 등장했고, 무기라고는 대포, 차에 실린 크고 작은 탱크 등이 전부였습니다. 아마 세네갈 군대내의 물..
Dakar Goree 섬 답사 최근 제 프로젝트 추진차 이곳 세네갈의 수도인 다카시 앞바다에서 멀지않은 Goree섬으로 답사차 여행을 갔습니다. 이곳은 프랑스가 흑인노예들을 감금해 놓고 매매하던 곳인데 지금은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1978년)되어 관광지가 된 정말 아름다운 곳입니다. 3시간 정도면 다 볼 수 있을 만큼 섬이 매우 작습니다. 그러나 골목마다 프랑스식 고풍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오래된 건물들이 즐비하고요, 박물관에는 사람을 감금하는 무쇠 족쇠와 팔찌 등 당시 비인간적 만행을 보여주는 물품들이 전시되어 당시의 비극을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노예무역은 16~19세기 300여년 지속되다가 1815년 공식적으로 폐지되었고요, 발길이 닿는 섬 구석구석 마다 가슴 아픈 흑인들의 역사와 그..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1. 이곳 세네갈은 공공장소에 자판기가 거의 없습니다. 대신 커피뚜바를 파는 노점상이 많습니다. 한잔에 75센트(약 150원 정도) 정말 싸요. 코이카에서는 불량식품이라 마시면 큰일 난다고 난리지요. 근데 사무실 옆 큰길가에서 커피 파는 덩치 큰 젊은이가 있는데 정말 순해요. 제가 가면, 저~만치서부터 "코이카"하고 반가워해요. 얘기를 해보니 하루에 커피 2000잔을 판대요. 더구나 쉬는날도 없이 일해요. 아마 한달이면 최소한 4백만 프랑, 우리돈으로 9백만원, 여기사람들 공무원 봉급이 한달 20만~30만 프랑이니까 20배 가까운 돈을 벌지요. 부자죠. 3명이 동업을 하는데 쉬는날엔 뚜바라는 곳으로 기도하러 가요. 어디 바캉스 가는게 아니고요. 근데 가슴아픈건 글을 못 읽어요. 그..
알라 이야기 사무실 앞 큰 길거리에서 커피를 판매하는 젊은 친구는 한달 30일을 일한다. 그런데 그 옆에서 죽치고 앉아 빈둥거리는 친구들도 꽤 있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야채시장에 장보러 갔다가 잠깐 들려 어울렸다. 불어는 못해도 원주민 인사말은 전부 할 줄 알기 때문에 이들과 어울리는 건 문제도 아니다. 결국 영어로 애기를 하는데 어떤 녀석이 한참 미국, 중국, 일본, 한국을 들먹여가면서 떠들어댄다. 그래서 그 친구를 불러 영어로 천천히 말해 보라고 하니까, “미국, 일본, 한국, 중국 사람들은 세네갈에 와야만 이곳의 지식과 일어나는 일들을 알 수 있지만, 알라를 믿는 세네갈 사람들은 세계 어디든 가지 않고도 알라를 통해 모든 걸 알 수 있다” 고 한다. 대개 젊은이들은 종교나 세상사에 한번쯤은 뭔가 의..
생쥐와 동거하기 세네갈의 수도 다카의 심장부인 독립광장 부근의 작은 아파트에 들어와 산지도 1년이 넘었다. 집은 이 나라 소득수준과는 전혀 무관하게 하늘 높은 줄 모르게 비싸다. 그런데 지난 9월부터 우리집에 불청객이 하나 늘었다. 어느날 부엌의 기다란 쌀자루에서 생쥐가 폴짝 튀어나오는데 심장이 멎을뻔 했다. 그 긴 쌀자루에서 어떻게 점프를 해서 튀어나왔는지 혀를 내둘렀다. 이걸 어떻게 잡나, 쥐약을 놓나, 찐득이를 놓나, 아니면 쥐덮을 놓나, 갖은 방안을 연구하다가 나도 꾀를 하나 내었다. 핸드폰에 고양이 소리를 다운받아서 찬장 밑에 놓고 수시로 틀어놓았다. 가끔은 안방의 먹거리 저장 박스에서도 자기 전에 몇번 틀었다. 그런데 처음에는 효과가 있었는지 조용하더니 어느 날 거실에 불이 훤하고 소리가 나는..
우리가 망각한 가치들 우리 부처 바로 옆에 터키계 사립 중고등학교가 인접해 있다. 창문만 열면 아이들의 수업 광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어떤 때는 학생들이 말을 안들어서 단체로 무뤂 꿇고 두 손을 든 채로 벌서는 광경도 볼 수 있다. 체육시간에는 개인별 체조용 메트를 깔고 운동하는 모습, 또 건너편의 높게 설치된 펜스 안의 잔디구장에서는 고등학생들이 축구하는 모습도 보인다. 물론 이 학교는 사립학교이기 때문에 시설이 최고급이다. 세네갈 친구들도 이구동성으로 최고급 학교라고 부러워한다. 오늘은 방학을 마치고 드디어 개학하는 날이다. 그간 조용하던 학교가 아침 8시부터 시끌벅적 하니 붐볐다. 운동장에는 터키국기가 우리 초등학교 운동회 때 나부끼던 만국기 처럼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런데 난 운동장에서 매우 인..
세네갈의 라마단 라마단이 끝난지 벌써 보름이 다되어 갑니다. 6월말에 라마단이 시작되었을 땐 무척 걱정했습니다. 이 사람들 굶을 때 난 어떤 재주로 점심을 때우나하고요. 라마단 기간에는 보니까 대부분의 식당도 아예 문을 닫아요. 할 수 없이 집에가서 식사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라마단 기간중에는 새벽 5시부터 밤 8시까지 금식이니까, 대부분의 무슬림들은 있는 사람, 없는 사람 모두가 하루 한끼(5시 이전에 아침식사를 해야하나 현실적으로 불가)로 라마단을 버티면서, 알라에 의지합니다. 계층간 종족간의 갈등이 라마단을 통해 승화되거나, 알라의 뜻에 맡기는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입니다. 따라서 이곳의 라마단은 현실적인 배고픔의 인내라기 보다는 속세적 고통을 다 함께 나누고 즐기는 ‘신의 축복’ 즉 ‘인샬라’..